[추천음악]국립국악원 - 세상을 담는 하나의 음 "문묘제례악"
어느 순간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지쳐버린 순간이 당신에게 찾아온다면 그 해법으로 나는 문묘제례악을 추천한다. 내게도 문묘제례악은 그렇게 찾아왔다. 멍함의 편함으로... 사실 문묘제례악을 추천하면서 그 음악의 역사나 가치나 미의식을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필자가 문묘제례악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 음악, 아니 그 음 하나를 추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멍해지기 아무 생각 없어지기를 문묘제례악을 통해 얻고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문묘제례악은 마치 최면에 쓰는 음악과 같은 느낌이다. 아무 기준 없이 무념무상으로 그 음을 따라가기만 하면 편해진다. 처음에는 “한음~, 한음~, 한음~, 한음~” 끝을 묘하게 올리는 느린 한음만 들어보라. 두 번째는 귀를 조금 열고 4음 단위로 들러오는 북 소리를 들어보라. 그렇게 하면 한음의 단위가 자연스럽게 모여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의 단위가 만들어진다. 그렇게만 하면 문묘제례악을 다 들었다. 여덟 개의 단위가 만들어지는 끝까지 듣지 않아도 좋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공연장을 찾아, 문묘제례악의 한음에 담겨 있는 6가지의 음색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문묘제례악의 한 음에는 금(金:쇠)·석(石:돌)· 사(絲:줄)·죽(竹:대나무)·포(匏:박)·토(土:흙)의 6가지 음색이 들어 있다. 흔히 말하는 아악의 팔음(8가지) 중 나머지 혁(革:가죽)·목(木:나무)은 음악을 시작하거나 끝날 때, 그리고 4음 단위를 알리는 신호로 사용된다. 공연장에서 확인할 또 한가지는 또박또박 한음을 만들어내는 연주자의 화합과 심혈을 기우리는 정성의 마음이 모아진 결과가 문묘제례악의 한음이라는 것이다. 길이가 똑같은 32개 음의 나열은 단순하기 그지 없다. 그 음악의 구조는 매우 무미건조하다. 아직도 필자는 문묘제례악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설명보다는 마음으로 그 음악의 편안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 그냥 문묘제례악의 느린 한음을 마음 속으로 따라만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답은 그 곳에 있다. - 글. 국립국악원 조태원 학예연구사 *영상정보* 국립국악원 토요명품공연[2016.04.16.] 01. 문묘제례악 문묘제례악은 문묘에서 공자를 비롯한 유학 대가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과 춤(일무)을 말한다. 고려 때 중국 송나라에서 들어온 음악으로, 현재 전하는 유일한 아악곡이다. 모두 15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오늘날 실제 제례에 사용되는 곡은 6곡이다. 지금도 성균관 대성전에서 봄, 가을 석전의식에 연주되고 있다. ○ 집사/김기동, 집박/이영, 편종/조인환, 편경/김형섭, 악장/이정규·문현 ○ 축/채성희, 어/이명하, 훈/김성진·고우석·홍현우·윤형욱·이종무, 지/이상원·채조병·최성호·문응관·박장원, 약/김주남·김영헌·이오훈, 적/김철·민지홍·김인기, 절고/홍석복, 노고/박거현, 소/황규상, 부/황애자, 금/이방실, 슬/고연정 ○ 특종/채은선, 특경/장경원, 진고/안성일, 노도/한갑수, 휘/조일하, 문무/김태훈·박상주, 무무/박성호·안덕기 ○ 주최 및 촬영/국립국악원[National Gugak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