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티터링톤 리사이틀 - 정순영(국가대표 음악평론가)

음악평론가 정순영의 음악 에세이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티터링톤 리사이틀 - 정순영(국가대표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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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티터링톤 리사이틀

                              음악평론가 정순영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성사된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티터링톤 리사이틀이 5월 10일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금세기 최고의 오르간 음색 조합을 창출하며 가장 바쁜 연주 일정을 소화하는 오르가니스트로 정평이 나있는 그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숨 막히는 120분을 끌고 가며 장안의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영국 왕립음악원 오르간과 학장이며 런던대 교수, 세인트 올번스 국제 오르간 페스티벌 예술감독, 세인트존 스미스 스퀘어의 오르간 큐레이터를 역임하는 등,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수없이 많다. 이미 1998, 올리비아 메시앙의 <성체의 서>를 뉴질랜드 초연으로 도미니언 포스트로부터 “놀라운 강렬함과 탁월함을 선사하는 공연”이란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도 파이프오르간 음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느낄 수 있었던 연주로 르네상스에서 현대에 걸쳐 영국 오르간 음악의 정석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에드워드 엘가 < 오르간 소나타 G장조 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op.28 >는 애국적 정서가 짙은 주제가 대립과 화합을 반복하고 페달과 충분한 스톱 사용으로 곡의 난이도를 치밀하게 표현했다. 그의 음악성에 광범위한 연구가 두드러졌다.


윌리엄 버드< 나의 귀부인 네 벨스> 작품집 중 ‘환상곡’은 버드가 당시  카톨릭과 영국 성공회에 영향을 주며 종교적 색채가 강한 건반 음악에 고무적 역할을 했기에 오늘 연주된 곡은 엄격함과 건축적인 질서가 지배적이다. 특히 대위법적 선율에 비중을 둔 화려한 배합과 매뉴얼의 극적인 교대를 반복하며 버드의 내면성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솔리스트로 세계 각국 순회 연주와 다양하고 도전적 연주회를 구성하는 그의 음악적 열정은 매곡마다 그 진가를 발휘한다.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오라토리오 “사도바울” 서곡, op.36(Arr.W.T.BesT)은 영웅적 분위기가 나타나며 음악 속에 극적 요소가 코랄에서 푸가로 연결되고 앙상블 악절에서 광범위한 핏치와 솔로 배합이 생동감 있게 펼쳐져 멘델스존의 관현악법이 실현된 무대였다.

케네스 레이톤< 찬가 :Paean >는 영국 작곡가의 음악 어법의 특징인 실험적 음악으로 강렬한 이미지와 손건반의 빠른 움직임을 데이비드 티터링톤은 대단한 리듬적 추진력을 갖고 놀랄만한 반음계적 스톱 배합으로 아무런 지장도 받지 않는 유쾌한 자신만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헨리 조세프 우드< 영국 해가에 의한 환상곡>(Arr.Harold E.Jackson)에서 곡에 나오는 9개의 멜로디 중, ‘즐거운 나의 집’은 우리에게 친숙한 선율이며 페달에서 주제가 두 배로 증음되어 주제를 다루는 독특한 방법이 잘 나타났다고 본다. 매곡마다 풍부한 페달 사용과 변화 있는 매뉴얼 배합으로 헨리의 관현악법적 핵심성을 담고 있다.                 


노먼 코커< 튜바 튠 >은 단순하지만 튜바의 음색을 읽을 수 있는 화음 전개가 두드러졌고 두 개의 상이한 매뉴얼이 연결되면서 에코적 효과를 절묘하게 다루었다. 오르간에 깊은 사명과 열정을 지닌 그는 이곡에서도 도전을 일깨우는 느낌이다. 다양한 조성과 주제의 재순환이 강조된 곡을 음색을 집결시켜 클라이맥스의 흥미를 촉진하였다.


프랭크 브리지< 오르간을 위한 3개의 소품 중 아다지오 E장조, H.63>은 영국의 민족적 이미지가 투영된 곡이며 템포의 완화로 봄밤의 풍경이 투명도 있게 묘사되었다. 데이비드 티터링톤은 영국 음악의 무게를 지닌 곡의 시대성을 반영한 접근 방법으로 여겨진다. 자유로운 배합과 적절한 스톱의 선택을 통해 전반적으로 섬세한 기풍의 앙상블이었다.


영국의 여성 작곡가 쥬디트 와이어< 에트릭 뱅크스 >는 인상파 드뷔시의 ‘물의 반향’을 영향받은 곡인데 스코틀랜드 노래, ttrick Banks 선율을 주제로 물에 대한 묘사를 영향력 있는 스톱 사용으로 강렬한 이미지와 동태적인 변화가 다이나믹하게 전달되었다. 마치 리스트가 물을 동기로 한 작품처럼 단계적 음색 결합이 우선된 드라마틱한 앙상블을 볼 수 있었다.


힐리 윌란< 서주, 파사칼리아와 푸가 내림 마단조 >는 곡의 개별적 특성을 살려 서주의 장엄함과 변주곡인 파사칼리아, 변화무쌍한 푸가에서 제2매뉴얼에 대한 균형과 대조를 명확히 했고 재빠른 선율은 적합한 플루스톱의 강화로 음색의 투명도를 정확히 유지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열정적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주제적 재료의 충분한 음색 배합을 시도하여 속삭임에서 천둥까지 포요하는 음향같이  광범위한 스케일을 구현했다.           


영국의 실질적인 최고의 오르간 앙상블의 권위자며, 작품 전체에 점층식 강약법으로 고도의 음색 배합적 민감도를 거침없이 표출하는 데이비드 티터링톤의 이번 연주회는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에 못지않게 우리 모두에게 오르간에 대한 열정을 유발하는데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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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작곡가, 영화음악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 명동성당 오르간 반주자 역임

경희음대 강사역임, KBS-FM 국군의 방송 <정다운 가곡> 진행자 역임,

제16회 신춘음악회 작곡부문 출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위촉작품[For Recorder]연주,

서울 예음홀에서 [정순영 작곡발표회] 가짐, KBS-FM 교육방송 주관으로 [정순영 창작 발표회]가짐,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전임강사역임, 한국국제예술원(구)서울종합예술원 작곡과 교수역임, 

한국 예술평론상 수상,음악 춘추사 평론상 수상, 한국국민악회 회장역임, 한국평론가협의회 부회장, 

서울 작곡가 포럼 부회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역임, 동서음악연구회 이사

주요저서: 「민속악과 양악에 관한 비평」, 「가곡 프로젝트」, 「현대음악 후아유」, 

「작곡으로 먹고 살자」,음악 감상과 비평의 이론과 실제-공저」 외 논문집 및 작품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