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잠재적 본능이 표출된 인간의 양면성…일리아 나이슐러 감독의 '노바디'(Nobody, 2021 )

음악평론가 정순영의 영화음악 평론

 

일상생활에서 잠재적 본능이 표출된 인간의 양면성…일리아 나이슐러 감독의 '노바디'(Nobody, 2021 )

최고관리자 0 604

2016년 '하드 코어 헨리' 1인칭 액션 영화로 유명한 일리아 나이슐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노바디'는 과거를 숨기고 평범한 가장으로서 생활하던 중, 겪게 되는 주인공 허치 맨셀(밥 오덴커크)이 어느 날, 강도가 침입하면서 마음 속의 잠재적 본능이 폭발하는 스토리가 다양한 액션과 음악으로 전개된다.


 

특히 이번 영화의 OST는 러닝타임 91분을 꽉 채우는 10곡의 올드 팝송이 각인되어 인상에 남는다. 안정되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원했던 허치와 달리 예기치 않은 딸아이의 고양이 팔찌를 잃어버린 사건으로 영화는 반전이 된다. 그의 내면에 자리잡은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OST는 영상에 적절히 조합된다.


대표적인 주제곡으로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의 <더 임파서블 드림(The impossible dream)>은 액션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정감있는 팝송이다. 장면에 가끔씩 파고들어 정교한 동기화가 되고 있다. 사라진 고양이 팔찌가 분노의 도화선이 될 때 주제곡 중, 스티브 로렌스(Steve Lawrence) & 이디에 고메(Eydie Gorme) < I gotta be me>는 장면에 적절히 스며들어 스크린이 아닌 실제 상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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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분에 걸쳐 밥 오덴커크의 액션에 OST, 니나 시몬(Nina Simone)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와 팻 베네타(Pat Benatar) < Heart breaker >는 한 장면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장면에도 포장된 인상을 준다. 올드팝을 영화음악으로 배치한 점이 이번 영화를 더 정감있고 더 액션적으로 만들었다는 강한 느낌을 준다. 사건의 발단은 고양이 팔찌의 분실이지만 이것은 허치의 내면적 폭발의 계기가 되어 아이러닉하게 음악은 액션과 상반적 대립이 된다. Andy Williams <The impossible dream>, Gerry & The pace makers <You’ll never walk alone>의 영상 배치는 음악을 감독한 데이비드 버클 리가 사운드의 총체적 개념속에서 소리의 집중력을 끌어낸 곡이다.

평범한 생활속에 쌓인 일탈은 허치의 분노로 이어져 버스안에서, 러시아 갱단의 무자비한 융단 폭격의 장면에 조합된 <I gotta be me>는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영상과 적절히 대치된다. 거친 장면에 등장하는 Bunny Sigler <Let the good times roll & feel so good>은 시적인 이미지로 던져주는 다이아몬드 그자체다.


코믹과 액션의 봇물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후반부는 팻 베네타 <Heartbreaker>로 액션적 비중을 가중시켜준다. 일리아 나이슐러 감독과 음악을 맡은 데이빗 버클 리가 전체적 음악에 올드팝을 배치한 것은 스토리의 반전과 상황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드팝은 관중을 압도하기에 힘있고 스토리 전개에 영향력을 준다. Louis Prima <Just a gigolo/ I ain’t got nobody >도 테마음악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내러티브의 핵심 구조를 꿰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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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피아의 대립 장면과 카체이싱 장면은 영상과 사운드 트랙의 절정을 이룬다.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했고, 관객이 인지할 수 있는 심리적 묘사가 명확히 전달되었다. 특히 암스트롱 음악은 음악 자체의 분위기보다 영상에 스며들어 첨예한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버스안에서 격투를 받쳐주는 올드팝은 영화에 몰입하기 충분했고 상업적이 아니더라도 사운드 트랙 자체가 걸작으로 평가된다. 스토리 환타지 액션물의 성격이 짙은 이 영화는 자동차 액션 장면에서도 1970년대 하드팝 등의 연결점이 된다.


Natasha Korolyova <Swrye Glaza>와 Clyde Mcphatter <I told myself a lie>는 긴박한 리듬과 냉정한 느낌의 기타선율이 상황 전개를 빠르게 도와준다.


마피아 보스인 율리안 쿠즈네초프( 알렉세이 세레브랴코프)는 허치에게 당한 그의 동생의 분풀이를 하는 장면에선 타이밍도 잘 맞게 음악이 연결되었다. 액션 영화는 음악이 심리적인 지속성을 갖기 때문에 맥락의 연결이 중요하다. 클라이드 맥패터 <적절히 조합되어 전통적인 소리의 연장이 아닌 영상에 극적인 역동성을 부여한다.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은 영상마다 액션에 치중한 음악보다 장면을 중시한 통속성 있는 올드 팝을 사용했다. Andy Williams <The impossible dream>은 뮤지컬풍이 진한 음악으로 영화의 여러 액션신에 침투되어 사건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조한다. 이런 음악은 마치 소품처럼 사용되어 영화의 시각성을 맥락화하고 있다.


허치의 일탈적 본능을 쏟아내는 액션이 중심인 만큼 음악을 맡은 버클 리도 영상과 사운드 트랙간에 효과음을 배치하는 묘미를 곁들여서 액션의 느낌을 강조하였다. OST와 액션의 캐미가 돋보인 이 영화는 맨손 액션과 슈팅 액션 등에서 등장하는 <Heartbreaker>와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는 대중성있는 팝을 이용하여 통속적 차원에서 현실적 모드로 끌고 가는 효과를 준다.


버스안의 격투에서, 자동차 액션에서 총알과 수류탄이 등장하는 판타지 액션 등을 받치고 있는 올드팝은 상황에 매우 충실한 리얼한 묘사가 담긴 스토리텔링식의 음악이다. 구차한 장면마다 노래에 담아낸 느낌이라 더 영화적이다. 니나 시몬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와 클라이드 <I told myself a lie>는 리듬과 블루스의 배합이 영상의 흐름을 주도하고 연결한다.


숨겨진 본능을 현실 속에서 폭발시킨 허치의 액션과 OST의 접목을 볼 때, 하드 코어스런 록과 힙합적인 그루브의 특성을 장면마다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들여다보듯 조합된 사운드 트랙과 얼터너티브 팝까지 배치한 것은 매우 역량적이며 사운드 트랙에서 올드팝의 시너지 효과에 신호탄을 쏜 것이다.

글: 정순영( 작곡가 겸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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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작곡가, 영화음악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 명동성당 오르간 반주자 역임

경희음대 강사역임, KBS-FM 국군의 방송 <정다운 가곡> 진행자 역임,

제16회 신춘음악회 작곡부문 출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위촉작품[For Recorder]연주,

서울 예음홀에서 [정순영 작곡발표회] 가짐, KBS-FM 교육방송 주관으로 [정순영 창작 발표회]가짐,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전임강사역임, 한국국제예술원(구)서울종합예술원 작곡과 교수역임, 

한국 예술평론상 수상,음악 춘추사 평론상 수상, 한국국민악회 회장역임, 한국평론가협의회 부회장, 

서울 작곡가 포럼 부회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역임, 동서음악연구회 이사

주요저서: 「민속악과 양악에 관한 비평」, 「가곡 프로젝트」, 「현대음악 후아유」, 

「작곡으로 먹고 살자」,음악 감상과 비평의 이론과 실제-공저」 외 논문집 및 작품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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