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

음악평론가 정순영의 영화음악 평론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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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2000)

-가족의 복수를 꿈꾸는 검투사의 여정

제73회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등 2000년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국내 관객 266만 명을 기록할 만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성기를 맞은 「글래디에이터」 사운드트랙은 지금까지 명작으로 회자한다. 남자주인공 러셀 크로의 연기가 장면마다 음악과 어우러져 장대한 포스를 장식한다. 17곡에 이르는 OST는 로마제국의 거대한 전투 장면과 캐릭터의 영상에 꽂혀 생동감 있는 현장감을 선사한다. 


서기 180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의 사운드트랙 (후계자)는 극의 초반부에 최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가까이 다가선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두드러진 막시무스(러셀 크로)와 빌런 역의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 사이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에서 장면마다 반복되는 리듬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창출하는 곡 (전투)이 영상에 서서히 번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2000)
강렬한 타악기가 긴장감이 이는 흥분을 자아내며 군대 행렬식 정박자의 북 연주는 거대한 군부 세력의 불안한 기운을 몰고 온다. 인간의 이기심이 자아낸 오판이 재앙을 부르는 사태를 강도 있게 보인 곡은 절정적 기교 없이 도전적이다. 빠른 템포의 리듬과 자극적인 전기기타의 도입부를 거쳐 막시무스의 분노가 깃들어있다. 전쟁의 파멸과 참담한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다소 상반된 장면의 묘한 대조를 끌어낸 곡은 영상마다 극적 긴장감을 분사한다.

생존 법칙 암시의 영상 뒤에 배경음악으로 나온 (대지)는 온갖 수모의 세상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흐른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찜머와 리사 제라드의 자주 현시되는 테마음악의 리듬은 하나의 군(群)을 형성하며 각인된다. 막시무스가 고향에 돌아와 처자(妻子)의 죽음을 보고 비애와 통절감을 받쳐준 (슬픔)는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며, 설움과 애환의 음악적 감도(感度)는 극에 달한다. 그가 겪고 앞으로 겪을 인간사 과정이 스펙트럼처럼 투영된다.

주카바 지방에서 노예로 끌려온 프록시모(올리버 리드)를 만나 노예와 검투사의 역할 분담과 화합 등의 영상에 (주카바를 위하여)는 하드코어 테크노 리듬과 테크노 리듬이 교류되어 확대기법된 주제를 보인다. 음악은 영상 변화에 민감하게 묘사된 사운드로 변화무쌍하다. 황제(리처드 해리스)를 죽인 코모두스의 장면에서 (부친 살해범)는 웅장한 관현악에 암시를 주는 스코어가 등장, 자유스러우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황제승하)는 비애 서린 황제의 죽음을 현대기법과 민속적 선율이 결합되어 한스 찜머의 색깔이 영상에 마블링된다. 음울하고 거대한 동양풍의 타악이 스며들어 둔중한 스토리의 흐름을 지배하고 흡수된다. 열 일곱 곡의 트랙은 꼼꼼하게 느리고 침투성이 강한 백인 우월주의를 보인다. 로마의 지배 세력을 과시한 (로마의 힘)은 막시무스와 악의 세력과의 대결 사운드는 관념적이고 저음 위주이며 도전적 울림이다.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검투사의 세계를 양극화한 곡은 선과 악의 메커니즘 역할을 한다. 엄청난 규모의 현장에서 암울한 격투 장면을 타악기와 스타카토 주법이 효과음악이 되며 포악한 코모두스의 독선적 폭력과 막시무스의 혈전에서 (힘과 명예)는 주음과 보조음이 빠른 속도로 반복되어 꾸밈음과 같은 효과를 주고 탄탄한 브라스와 스트링을 얹은 주제가 이어져 스크린이 갖는 내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힘과 권력을 드러낸 곡은 고증적 스타일보다 역동성에 무게가 실린다. 막시무스가 루실라(코니 닐슨)와 재회할 때 (재회)은 스탠더드 재즈와 헥사코드가 유연하게 조합, 끈끈한 감정선을 유발한다. 막시무스가 로마의 노예가 되어 고초를 겪을 때의 (로마의 노예)은 오케스트라와 기타를 교대로 활용했고 요정의 유희 같은 자태를 연상한 리듬이 참모습을 보인다. 탄력 있고 기교적이며 당김음 리듬으로 내적 감정을 다룬 점도 특색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2000)
영상 변화에 따라 변주는 캐릭터와 분위기를 이완하고 셋잇단음표와 모르덴트(떤 음)를 결합한다. 감독의 폭넓은 음악성이 유추된다. 카르타고 군대를 이끌고 경기장에 전진할 때 (야만인 무리)는 역동적이며 순차적 선율이 긴장감을 주고 애매한 상황에서 트랙은 억제되고 숨겨진다. 전투 시 파급력을 일으킨 주제성은 2단계의 3도 도약을 거쳐 응집력 있게 고조되고 절정에 이른다. 여러 음형이 뒤섞여 회전되는 이 곡은 검투사의 특성을 살린다.

코모두스를 이긴 후 쓰러진 막시무스의 죽음에서 (엘리시움)과 (그를 명예롭게 하라)은 회상을 통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화성은 날개를 치고 선율은 마치 탬버린 같은 소리를 내며 애잔한 여운을 남긴다. 영혼의 절규와 절정감으로 이 곡은 영상에 서서히 흡수된다. 마무리 곡은 여러 버전으로 편곡된 (이제 우리는 자유롭다)는 영화의 주안점이며 막시무스가 동경한 사후 세계의 심연을 메시지에 담는다.

고딕적 경향의 시퀀스를 압축해서 만든 이 곡은 사운드 속에 효과 음향을 숨기고 스코어 노릇을 철저히 한다. 팝적이며 정교한 메탈을 다양하게 혼합했고 서정적 분위기로 유도하며 스크린에 비친 인간의 속성을 부여한다. 이번 영화음악은 한 점의 태피스트리(Tapestry)처럼 난이도가 있다. 캐릭터와 일맥상통한 사운드트랙의 맞물림, 이탈 맥락의 시대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마력을 발산하는데, 이 점이 여러 감독이 한스 찜머를 음악감독으로 점지한 이유가 되었다.

-정순영


출처 : 월간리뷰 202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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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작곡가, 영화음악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 명동성당 오르간 반주자 역임

경희음대 강사역임, KBS-FM 국군의 방송 <정다운 가곡> 진행자 역임,

제16회 신춘음악회 작곡부문 출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위촉작품[For Recorder]연주,

서울 예음홀에서 [정순영 작곡발표회] 가짐, KBS-FM 교육방송 주관으로 [정순영 창작 발표회]가짐,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전임강사역임, 한국국제예술원(구)서울종합예술원 작곡과 교수역임, 

한국 예술평론상 수상,음악 춘추사 평론상 수상, 한국국민악회 회장역임, 한국평론가협의회 부회장, 

서울 작곡가 포럼 부회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역임, 동서음악연구회 이사

주요저서: 「민속악과 양악에 관한 비평」, 「가곡 프로젝트」, 「현대음악 후아유」, 

「작곡으로 먹고 살자」,음악 감상과 비평의 이론과 실제-공저」 외 논문집 및 작품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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