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웅 감독의 '더박스', 음악의 미적 측면에서 호기심을 유도

 국가대표 음악평론가 정순영의 영화음악 평론

 

양정웅 감독의 '더박스', 음악의 미적 측면에서 호기심을 유도

최고관리자 0 154

버스킹 로드 무비 <더 박스>는 음악 영화가 고갈된 한국 영화에 단비를 뿌리듯 다양한 여러 장르의 곡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등장인물에서 아이돌 그룹 엑소인 지훈(박찬열)은 노래와 악기에 재능과 소질이 있지만 박스를 사용해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특이한 캐릭터, 성공만 추구하는 프로듀서 민수(조달환)와의 극적 만남으로 버스킹 여행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한국 곳곳에서의 로케이션이 실감 나게 펼쳐진다. 박찬열이 직접 작사 편곡한 곡부터 <더 박스>에 삽입된 총 열여덟 곡의 트랙이 영화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음악감독 에코브릿지는 ‘Nothing Better’ 같은 곡을 쓴 감성적인 음악가다. 경주, 울산, 전주 등 관광명소와 인기 장소에서 전개되는 스크린 음악은 답답한 코로나 시절에 갈증을 해소해준다. 


타이틀곡은 에코브릿지 작곡, 박찬열 작사의 ‘Break Your Box’가 세 개의 버전으로 주제를 변주한다. 무미건조한 듯 보이지만 <더 박스>의 신호탄이 되어 앞으로 일어날 영화의 전개를 암시한다.


오프닝 노래로 ‘Cowboys and Aliens’(카우보이와 외계인)이 나오며 지훈과 민수가 만나기 전의 암울한 상황이 노래로 잘 표현되며 저음과 고음의 기복이 크고 변화무쌍하다. 


영화 중, 민수가 지훈에게 푹 빠지는 노래 ‘Bad Guy’는 아이돌 박찬열이 불렀던 ‘Bad Guy’를 완곡하고,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져 색채감 있는 ‘Bad Guy’를 탄생시켜 미적 결합을 이루어낸다. 머라이어 캐리가 부른 ‘Without You’는 지훈이 잠깐 부르고 사라져 맥이 끊긴다.


아쉬움을 보완하듯, 브라이언 아담스의 ‘Heaven’, 퍼렐 윌리엄스의 ‘Happy’는 지훈과 인디 뮤지션 안 코드의 협업으로 팝송·율동·악기가 어우러져 극적 예술적 끼를 발산한다. 


지훈은 음악가 안 코드와 공연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거리공연의 매력을 알아간다. 팝송 ‘Heaven’과 ‘Happy’의 투입은 귀에 익숙한 일상의 음악을 넘어 심리적 분위기를 창출한다. 음악이 영상에 붙을 수 있는 절묘한 결합이다. 극 중 지훈의 감정에 큰 변화가 오는 중요한 전환점에 삽입된 세 곡 역시 재즈 팝송이 모호하고 첨예한 감정 상태를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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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Time’과 ‘My Funny Valentine’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말한다면, ‘What A Wonderful World’는 스탠더드 풍(風)의 달콤한 옛날 노래처럼 들리며 관객에게 특정 심리상태를 갖게 한다.


이 영상에서 세 곡은 영화음악의 측면에서 가히 미학적 사운드트랙으로 판단된다. 가수 지훈이 시각장애인 재즈 보컬리스트와의 만남으로 인해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드러나고 민수에게도 진실성 있게 다가간다.


이 영상에 어울리게 ‘비가’, ’어느날 문득‘, ‘매일 그대와’. ’부산에 가면‘ 등 네 곡의 가요가 장면 전체에 일정한 메시지를 던져주듯 복합적인 불협화음의 브라스 섹션 위주로 진행된다. 이 영화의 양극을 달리는 지훈과 민수의 노래가 진정성 있게 울려 퍼지면서 <더 박스>는 절정을 향하고 두 사람의 끌림은 한층 돋보이는 듯하다. 




바닷가에서 펼쳐진 드럼과 기타의 향연은 강력한 헤비 메탈풍(風)이 거칠게 연주되어 아름다운 결말을 암시한다. 거리공연 여행에서 구사된 헤비메탈은 테크노의 영향으로 샘플링된 굉음들이 음악 자체에 동반되어 메탈의 진수를 보여주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의 주제인 ‘Break Your Box’의 중독성 있는 문구가 군데군데 자리 잡아 여러 장르 곡까지 강하게 압도한다. 


OST ‘Break Your Box’는 음악가의 관점에서 보면 영화의 극적 역동성을 이어가기에 적합했고 <더 박스>의 내면적 드라마를 표출하는 데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전국 관광명소에서 펼쳐지는 거리공연 로드 음악은 스크린을 통해 인생 연대기의 시간적 전환과 진전이 다양한 장르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다. 음악은 삶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의 연장선에 있다.


박스 안이 아니면, 노래·기타·어떤 재능도 발휘할 수 없는 지훈과 명분 중시로 살아가는 민수의 관계는 외관적으로 봐도 케미가 상극이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서로에게 완전한 보완 역할을 해주는 상대가 된다. 그들이 함께 노래하는 영상을 ‘매일 그대와’ 등 세 곡이 끊어지지 않고 네 개의 스타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 사람의 열창이 극치에 달할 때, ‘Break Your Box’는 장면마다 연결되어 테크노적인 드라이브감을 주며 매번 바뀌는 영상과 접목되어 음악의 미적 수위를 높인다. <더 박스>에서 사용된 여러 장르 곡들은 영상의 보조적 역할이 아닌 미학적 개념을 지닌 시간적 예술이며 시각적 대상들을 시간적으로 정초시켜 공간적으로도 맥을 이루고 있다. 


극 중에서 지훈이 박스를 찢는 순간 ‘캡틴 no.7’이 흘러나오고 박스에 대한 트라우마는 이제는 지훈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A sky full of stars’가 30대들의 드럼 합주로 역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며, 상상할 수 없는 거리공연 로드 무비의 대미를 장식한다. 콜드플레이의 이 음악은 고딕적 쿠어를 집약한 곡으로 강렬하지만, 감상적 정감이 서려 있는 팝 음악이다. 


음악은 영상을 잘 보완했고 얼터너티브 팝의 성격을 <더 박스>에 탄력 있게 배치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 음악 ‘Break Your Box’는 기타와 드럼 소리가 합성된 둔중한 폭발음과 마찰음의 반복이 두드러져 집중력 있는 사운드 배치에서 벗어난다. 총 18곡의 OST와 다채로운 음악가들의 연주가 어우러진 영화에서 음악과 효과음악의 배려가 잘 이루어졌다. 


기타 프레이즈와 팝적이고 다양한 헤비메탈 음악이 영화의 맥을 이어주는 인서트의 기능을 하는 연결점이 된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드러난다. 주제음악과 잘 버무려진 거리공연 로드 영화음악으로서 요즈음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음악과 함께 스크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박스> 영화음악의 정체성이 주목된다. 



글 : 정순영(작곡가, 음악 평론가)


출처 : 문화뉴스(http://www.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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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작곡가, 영화음악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 명동성당 오르간 반주자 역임

경희음대 강사역임, KBS-FM 국군의 방송 <정다운 가곡> 진행자 역임,

제16회 신춘음악회 작곡부문 출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위촉작품[For Recorder]연주,

서울 예음홀에서 [정순영 작곡발표회] 가짐, KBS-FM 교육방송 주관으로 [정순영 창작 발표회]가짐,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전임강사역임, 한국국제예술원(구)서울종합예술원 작곡과 교수역임, 

한국 예술평론상 수상,음악 춘추사 평론상 수상, 한국국민악회 회장역임, 한국평론가협의회 부회장, 

서울 작곡가 포럼 부회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역임, 동서음악연구회 이사

주요저서: 「민속악과 양악에 관한 비평」, 「가곡 프로젝트」, 「현대음악 후아유」, 

「작곡으로 먹고 살자」,음악 감상과 비평의 이론과 실제-공저」 외 논문집 및 작품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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