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담장 너머 담대한 희망을 품은 메시지

음악평론가 정순영의 영화음악 평론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담장 너머 담대한 희망을 품은 메시지

최고관리자 0 75
 

스티븐 킹 원작을 소재로 한 「쇼생크 탈출」(1994)이 화려한 명성에 힘입어 2024년 30년 만에 재개봉 되었다. 촉망받던 은행 부지점장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 아내와 그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이 감방 이야기는 앤디의 조력자 레드(모건 프리먼)가 등장하면서 편편하게 이어진다. 영화는 ‘압력’과 ‘시간’에 관한 학문과 지질학을 좋아하는 앤디가 쇼생크 교도소를 탈옥하기까지 20년 동안 일구어낸 인간 집념의 성공적 쾌거를 다룬다.

음악감독 토머스 뉴먼은 21곡의 사운드트랙을 주요 장면에 덧붙이고 반복 사용하면서 상황 설정에서 다채로움을 이어갔고 변화된 프레임을 음악으로 환기시켰다. 레드와의 끈끈한 우정과 적응력을 바탕으로 희망과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비중 있게 그려진다. 앤디와 레드, 교도소장 노튼(밥 건튼)과 간수장 해들리(클랜시 브라운)의 소름 끼칠 듯한 연기는 음악과 내러티브에 불을 지피고, 감옥에서 벌어지는 권력과 부패가 적나라하게 전개된다. 앤디와 레드의 캐릭터는 감동적 메시지를 주며 영화에 심층적 깊이를 더해준다.

 

「쇼생크 탈출」의 인상적인 대표 장면으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이중창 아리아,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는 현과 피아노의 앙상블 위에 절제된 관현악 울림이 결합되고 목관악기의 애잔한 톤이 쇼생크 죄수들의 암울한 현실을 도출하여 효과적 시너지를 창출한다. 교도소 스피커를 통해 수감자들에게 틀어준 음악은 철벽같은 쇼생크 감옥을 뒤흔든 마법적인 카타르시스였다. 넓은 광장의 죄수들의 영혼을 묵직하게 떠받치는 이 곡은 대중 인지도 상승효과와 죄수의 영혼에 울림을 주는 스코어로 손색없이 장면에 녹아든다.


도입부의 쇼생크의 전경을 담은 <Shawshank Prison>은 무거운 현의 울림이 앤디의 어두운 현실을, 혼의 소리는 걷잡을 수 없는 앞날을 암시한다. 뉴먼은 절묘하게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영상과 음악을 스코어링 기법으로 선명하게 감정선을 드러낸다. 작은 피아노 소리를 신디 음악에 씌운 <New Fish>는 죄수들의 열악함을 표현한다. 음악감독은 악기의 특성을 영상에 붙이는 데 치중한다. 조각용 망치가 앤디에게 건네질 때의 <Rock Hammer>는 마림바를 사용, 통통 튀는 사운드로 복선과 암시를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앤디가 보그스(마크 롤스톤) 일당에게 강간당하는 영상의 음악 <Sisters>는 박동성 있고 음악이 장면을 추적하는 스코어링 방법으로 미키 마우징 기법이 압도적이다. 악역 보그스가 죽음을 맞을 때 <Inch of his life>는 오보에와 피아노가 충돌되고 스트링의 불협화적 화음이 전율적이며 팔레트적 색채감처럼 장면에 휘감긴다. 극중에서 슬픈 씬으로 기억되는 브룩스(제임스 휘트모어)의 자살 영상의 곡<Brooks was here>는 피아노 선율에서 단순함과 감정선을 구체화시켜 음표 대 음표의 반주를 피하고 조성음악의 성격을 지향한다.


희망 쟁취의 상징적 사운드 <Suds on the roof>는 앤디가 옥상에서 동료들과 맥주를 마실 때 절정적 서정을 이룬다. 현의 깜찍한 묘사가 반복, 한줄기 오보에 독주는 얽매이지 않는 활기와 투명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뉴먼의 음악 행보의 의지를 명백히 드러낸다. <Elmo Blatch>와 <Zihuatanejo>는 대조적 음향성을 주며 장면 전환에 반복 사용되어 화성적 긴장감과 리듬 변화의 특성을 잘 활용했고 기악적 색채가 뚜렷하고 사건의 빠른 진행을 도와 추진력 있는 진행을 이어간다.


벽의 라켈 웰치를 훑으며 무언가를 예시한 곡 <Lovely Raquel>은 끝없이 변하는 전조적 흥분으로 장면 설정에 흡수된다. 옥상의 레드 팀원이 방수 페인트 작업 할 때의 배경음악 <May>는 아련한 단조의 화음으로 레드의 복잡한 감정을 읽어낸다. <Workfield>는 앤디가 독방에 갇혔을 때 레드 일행이 돌을 구하면서 비혼합 색깔의 대조로 전반적 트랙의 점화 기교에 의해 증폭되는 음악적 액션을 준다. 아이리쉬 스타일의 <And that right soon>은 특이하게 설정된 사운드로 제 몫을 한다. 앤디 탈출의 비밀을 밝혀내는 영상에서 그 이상의 존재감을 부여한다. 곡의 전·후반에서 도전적인 양면성을 띠고 고유한 장조의 안정감을 얻고 영상에 급속도로 침투된다.


사건 전개에서 좌충우돌시 악기 전환이 흥미를 주고 음폭에 전조가 더해져 뉴먼식 사운드가 구석구석 발휘된다. 영화의 백미인 레드의 탈출 장면에서 분사된 음악 <Shawshank Redemption>은 음악감독의 열정적 감흥을 송두리째 폭발한 트랙으로 짜임새는 놀랄만한 선율의 지속성이 복합 성부에 포개져 성부마다 고집스럽게 녹아내린다. 장식음의 공간적 활용과 오케스트라의 꽉 찬 사운드가 능란한 기교를 부리며 감동을 자아낸다. 낭만적이고 스트레이트하게 터널을 달리며 셀 수 없는 음색을 창조한다.


명장면인 천둥과 번개 치는 빗줄기 아래 환희의 기쁨을 소리치는 앤디의 포즈는 뉴먼 스코어와 맞물려 사실성에 충실한 트랙이 된다. 감흥과 정체성을 안고 <So was Red>와 <End Title>은 영화 속에 잠식의 최면제가 된다. 인상적인 장면, 교도소 스피커를 통해 수감자들에게 틀어주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산들바람을 부드럽게’는 철벽과 같은 쇼생크 감옥을 뒤흔든 마법적인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맛보게 한다. 세기의 명작으로 손꼽는 「쇼생크 탈출」로 뉴먼은 전설적 음악감독의 반열에 오른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은 죄수의 교묘한 열망이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불굴의 투지와 단백색의 승리이며 생존하려는 몸부림과 희망을 악기 특성에 맞게 잘 적용한 사운드의 걸작이다. 자연을 품은 자유분방한 사운드트랙이 불멸의 명작을 만든 쾌거를 거두었고 서로의 이데올로기 속에 감춰진 ‘피 끓는 광기’와 ‘차디찬 이성‘ 모두를 걸머쥔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역작으로 거듭난다. 걸작은 시간이 지나도 고유한 맛과 향,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출처: 글로벌이코노믹)

https://www.g-enews.com/view.php?ud=202407100921579708e8b8a793f7_1&mobi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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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누나_200.jpg

정순영; 작곡가, 영화음악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 명동성당 오르간 반주자 역임

경희음대 강사역임, KBS-FM 국군의 방송 <정다운 가곡> 진행자 역임,

제16회 신춘음악회 작곡부문 출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위촉작품[For Recorder]연주,

서울 예음홀에서 [정순영 작곡발표회] 가짐, KBS-FM 교육방송 주관으로 [정순영 창작 발표회]가짐,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전임강사역임, 한국국제예술원(구)서울종합예술원 작곡과 교수역임, 

한국 예술평론상 수상,음악 춘추사 평론상 수상, 한국국민악회 회장역임, 한국평론가협의회 부회장, 

서울 작곡가 포럼 부회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역임, 동서음악연구회 이사

주요저서: 「민속악과 양악에 관한 비평」, 「가곡 프로젝트」, 「현대음악 후아유」, 

「작곡으로 먹고 살자」,음악 감상과 비평의 이론과 실제-공저」 외 논문집 및 작품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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