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소말리아 내전에서 보여준 남북한 사이의 동족애

 음악평론가 정순영의 영화음악 평론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소말리아 내전에서 보여준 남북한 사이의 동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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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있었던 남북한 간의 동족애와 생존을 그린 영화이다. 무엇보다 극 중 캐릭터가 다채롭고 호화롭다. 대한민국 대사관의 한신성 대사(김윤석)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공수철 서기관(정만식), 북한 대사관의 림용수 대사(허준호) 태준기 참사관(구교환) 등이다.


영화는 몇 년 만에 복귀한 류승완 감독의 내공을 담은 작품으로써 OST도 아프리카 음악의 핵심적 구도가 있는 곡이며, 한신성 대사의 구도가 있는 영상곡으로 처리되어 만족감을 준다. 소말리아 입국이 불가한 사정 탓으로 모로코 에사우이 올로케이션과 스릴 넘치는 카 체이싱 장면이 어색한 여운으로 남지만, 리듬 박절이 강한 랩소딕한 사운드가 잘 받쳐주고 있다.


모로코에서 생생하게 재현된 장면의 연속마다 적재적소에 들어간 사운드트랙이 절묘한 인상을 준다. 12일간에 걸친 남북한사이의 대립에서 김윤석과 허준호의 극 중 연기와 특성을 받쳐주듯 원시음악의 느낌을 주는 리듬 교차의 빠른 음악이 소말리아 내전의 분위기에 감지된 인상과 영화의 긴박감을 조성시키는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신성 대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그런지 시작부터 영상은 음악과 맥락화 되고, 전쟁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과 맞닥뜨린 사운드트랙이 시간성을 부여한 불협화의 섹션 위주로 진행되는데 긴박한 영상마다 시간적 전환과 진전을 음악적으로 받쳐준다. 심리적 메카니즘을 말하듯 부분적 장면에서도 아프리카의 전통 음악의 멋이 담긴다.


Off-Beat-Rhythm(정규적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박, 규범의 박)의 음악이 영상과 관련있게 연결된다. 류 감독은 「모가디슈」에서 내전의 무질서를 직설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영상과 사운드의 조합을 고심한 듯하다. 사상자 40만 명의 내전과 그 속에서 남북한 대사의 협력적인 탈출 장면이 착잡하게 젖어오는 암울한 스토리를 암시하며 자유스런 리듬 음악이 많이 허용된다.



아프리카의 이미지와 전통성을 살린 ‘멋부리기’로 그들의 의식이 들어 있는 Flourish기법 음악(아프리카인들이 즉석에서 작곡하는 음악)이 사용된다. 이탈리아 구조기에 동승하기 위한 남북한 사이의 필사의 동포애를 보이는 장면에서 영화는 하드보일드한 액션물인 만큼 강력한 사운드를 동반한 랩 메탈 계열의 하드코어 음악이 영화 중반부의 사운드트랙을 리드한다.


남북한 사람들의 이별, 작의적으로 냉정해지는 장면에서 페미니즘 성격에 어울리는 팝적 펑크 성향의 파워 팝(Power Pop)이 영상에 무게를 실어준다.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위해 장면의 분위기에 맞게 리메이크된 하우스 리듬 음악이 영화음악의 장점이다. 생존 액션과 휴머니즘을 담은 자동차 추격 신의 사운드의 결집은 테크노를 방불케 하는 우울함과 비극성을 담고 있다.


스트링과 드럼 비트가 교차하는 사운드로써 영화 속 음악을 말하듯 장면마다 일종의 접착제 역할로써 심리적 균일감을 주고 집중력까지 선사하고 있다. 남북한의 이데올로기를 넘어 공동 탈출의 장면에서 얼키고 설킨 동선을 풀어 다음 장면을 추동하고 스크린의 연결된 장면을 묶어 세우는 역할까지 했으나 탈출에 맞는 첨예한 앰비언트 음악이 절실히 필요했다.


영화음악은 전쟁 속의 휴머니즘을 일관성 있게 유지했고 관객들이 잘 소화할 수 있게 배치된 음악들을 절충하는데 성공했다.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처리가 융합된 영화의 특성에 근접한 아프리카음악을 중심축으로 둔 점도 적잖은 영향력을 준다. 대중과 프리 재즈의 기존 소통 체계를 무너뜨린 컨추리 기타 음악도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잘 투영되었다.


영상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점에서 블록버스터화된 영화의 본질성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사운드트랙이다. ‘생존’과 ‘탈출’의 긴박감을 그린 영화의 현재진행형을 보여주면서 그간의 관행이었던 개인성을 떠나 체계적인 스케일의 사운드를 접할 수 있었고, 부분적 영상과 맞물린 스트링 신디사이저 화음은 캐릭터의 내면을 담담히 잡아내기도 한다.


「모가디슈」의 영화음악은 이국적 정취와 생동감을 재현한 유럽 음악과 느와르적인 우수를 접목한 화성감이 두드러진다. 첫 장면과 끝 장면의 방대한 사운드의 화합은 영화 전체의 흐름을 잘 압축해내고 있다. 「모가디슈」에는 전반적으로 설움과 애환이 뒤섞인 음악적 향수가 녹아 있고, 생생한 현장성을 품은 하드 밥(bebop)적인 음악이 영화의 중심에 서 있다.



글: 정순영(작곡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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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작곡가, 영화음악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 명동성당 오르간 반주자 역임

경희음대 강사역임, KBS-FM 국군의 방송 <정다운 가곡> 진행자 역임,

제16회 신춘음악회 작곡부문 출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위촉작품[For Recorder]연주,

서울 예음홀에서 [정순영 작곡발표회] 가짐, KBS-FM 교육방송 주관으로 [정순영 창작 발표회]가짐,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전임강사역임, 한국국제예술원(구)서울종합예술원 작곡과 교수역임, 

한국 예술평론상 수상,음악 춘추사 평론상 수상, 한국국민악회 회장역임, 한국평론가협의회 부회장, 

서울 작곡가 포럼 부회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역임, 동서음악연구회 이사

주요저서: 「민속악과 양악에 관한 비평」, 「가곡 프로젝트」, 「현대음악 후아유」, 

「작곡으로 먹고 살자」,음악 감상과 비평의 이론과 실제-공저」 외 논문집 및 작품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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