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나 의미를 연결시키는 배경음악- 정순영

음악평론가 정순영의 영화음악 평론

 

상황이나 의미를 연결시키는 배경음악- 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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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기사https://www.g-enews.com/view.php?ud=202303050837084349e8b8a793f7_1&mobile=1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이미지 확대보기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물의 길'

영화 음악은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계없이 사용되는 배경음악이며 화면에 재생되지 않는 인물의 나레이션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우리는 음악이 흐르는 장소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그 장면의 배경으로 받아들인다. 이같이 쓰인 음악은 영화라는 허구세계, 즉 이야기 공간이란 외부의 것에 해당하므로 그 비가시성은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지속적인 나레이션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다른 시간과 다른 장소에서 찍은 이미지를 연결하기 위함이다. 극영화에서도 시간과 공간은 서로 관계가 없으나 상황이나 의미가 같거나 비슷한 것을 연상시키는 두 가지 이상의 영상을 잇기 위해 음악이 사용된다.

나레이션이나 음악은 연결된 쇼트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을 채워주며 그들 사이의 연관성을 나타내준다. 대사와 음향 효과 역시 효과적인 연결 장치로 쓰일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사운드는 분위기를 전환시키거나 ‘플래쉬 백’으로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유도하기도 하며, 다음 장면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영화 장면마다 삽입된 음악은 동작이나 대사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극중 인물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며 스토리 전개를 주도하기도 한다. 영상의 변화에 선행되는 사운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상황 변화를 미리 짐작케하며, 사용된 악기에 따라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처럼 음악이 관객의 감응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배경음악(background music)이란 용어는 부적절하다. 빈 곳을 채워주는 정도로만 쓰였기 때문에 음악이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경우라면, 그것은 배경음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극 전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에는 내재음악이라 해도, 현장의 소음과 같은 존재이므로 배경음악 범주에 해당한다. 상반적으로 외재음악으로 쓰였다 하더라도 인물의 성격이나 정서를 특징적으로 묘사하거나, 앞으로 일어나게 될 사건의 변화를 예시하는 등 뚜렷한 목적 하에 사용된 것이라면, 그것은 배경음악이기 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소리가 없는 영화라면 소리가 제거된 일상의 세계와 같을 것이다. 화면만 있고 소리가 없는 세계는 관객이 외부에서 서성이며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게 하며, 움직임은 있되 생동감은 없는 세계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사물에서 접하는 소리는 사물의 내면성을 직감하게 한다. 소리 또는 소리 흐름의 구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 앞에 펼쳐진 화면의 내면성을 드러내는 근원적 역할도 한다. 포괄적으로 말해서, 순서나 구조를 가진 소리를 ‘우리의 음악’이라 지칭할 수 있겠다.

영화에서 음악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게 되는 것은, 잘 인식되지 못하도록 장치되었기 때문이다. 음악뿐 아니라 보편적으로 영화의 모든 요소들(촬영, 조명, 편집 등)이 내러티브를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는 감춰있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야기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숨어서 기능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음악은 스크린과 접목하여 생동감과 현실감을 주고, 둔탁한 움직임에 질서를 주며 흩어진 장면들을 융합하여 하나의 방향성을 갖게 한다. 이때 화면은 새로운 질서를 얻게 되고 음악은 각 장면들을 우리 의식 안에서 질서 있는 통일된 담론으로 만드는데 기여한다.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통해 경험되는 예술 작품이며, 영화의 이미지는 사진과 같이 일정한 프레임을 상징한다. 이 프레임은 언제나 존재하고 재현의 기능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다중적인 이미지의 배치는 이미지 공간의 균형을 잃을 수 있고, 이질성의 증대와 모순적인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런 예술 형태의 기원은 그리이스 연극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최근에 접할 수 있는 무대 예술로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장에서 실행되는 이런 예술은 시각적, 청각적 요소가 결합하는 방법에 있어서 한계를 드러낸다.

바그너 악극에서 음악은, 음악적인 필요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극적인 동기에 의해 음악이 지배된다는 점이 이전 시대의 음악과 달라져 있다. 바그너가 라이트 모티브를 사용하고 음악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 등은 극의 내러티브를 보조하기 위함이다.

생존하는 인간에서 온 체험이 아닌 소리와 영상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영화에서 우리는 그의 철학적 성찰이 예술론으로 이어짐을 짐작할 수 있다.


정순영(음악평론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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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누나_200.jpg

정순영; 작곡가, 영화음악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 명동성당 오르간 반주자 역임

경희음대 강사역임, KBS-FM 국군의 방송 <정다운 가곡> 진행자 역임,

제16회 신춘음악회 작곡부문 출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위촉작품[For Recorder]연주,

서울 예음홀에서 [정순영 작곡발표회] 가짐, KBS-FM 교육방송 주관으로 [정순영 창작 발표회]가짐,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전임강사역임, 한국국제예술원(구)서울종합예술원 작곡과 교수역임, 

한국 예술평론상 수상,음악 춘추사 평론상 수상, 한국국민악회 회장역임, 한국평론가협의회 부회장, 

서울 작곡가 포럼 부회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역임, 동서음악연구회 이사

주요저서: 「민속악과 양악에 관한 비평」, 「가곡 프로젝트」, 「현대음악 후아유」, 

「작곡으로 먹고 살자」,음악 감상과 비평의 이론과 실제-공저」 외 논문집 및 작품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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