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 (2024)

 음악평론가 정순영의 영화음악 평론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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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청소부의 작은 즐거움에 대한 찬가

[내외뉴스통신]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국제영화상 노미제이트작이며 로드 무비의 거장 빔 벤더스가 일본의 야쿠쇼 코지와 호흡을 맞춘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국내 팬들을 찾아왔다.

주인공 히라야마역을 맡은 야쿠쇼 코지는 영화 ‘쉘 위 댄스’의 주연 배우였고 40년간 촉망받은 일본의 국민배우로서 이번 영화로 2023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잦은 대화나 극적인 대사없이 도쿄 공공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스토리가 무미건조하지만 60년대 후반~70년대 중반의 올드 팝과 영상이 접목되어 관중의 상상력을 유발하는 점은 현대인의 자화상을 밀도있게 파헤치는 노장 감독의 황무지 같은 빼어난 연출력을 과시한다.

12개의 사운드트랙을 청소부 히라야마가 평소에 즐겨듣는 올드 팝에서 선정한 감독은 이 곡에 맞서 히라야마의 반복된 일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여 그 이상의 가치를 발산한다.

오프닝 곡으로 나온 애니멀스의 <House of the rising sun>은 일본에서 번안곡으로 보급되어 극 중 히라야마의 하루를 조명하는 표현의 극대화가 되어 스크린에 흡수된다. 침울하지 않은 단조로운 영상미에 사실적 매개체로 접근되어 이례적인 걸작이 된다.

대사보다 영상만 공존하는 대목에서 잔잔히 흐르는 팝송,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를 배경으로 히라야마가 퇴근해서 도심을 달릴때 시야에 들어오는 건물과 햇살은 음악에 어우러져 남성적 힘을 암시하고 관객을 스크린에 정초시키는 역할을 한다.

올드 팝송은 영상마다 녹아내려 대사없는 침묵 속에 그의 규칙적인 패턴과 사연 있는 과거를 직감하게 만든다. 영화의 출발점이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라서 그런지 히라야마의 일터도 도쿄 시부야 화장실이며 동료 청소부 타카시(에모토 토키오)와 그의 여친 아야(야마다 아오이)와의 등장 신에서 스토리 전개와 해프닝도 그 배경이 화장실로 이야기의 핵심구도가 된다.

평범한 일상 궤도를 깨고 불청객처럼 찾아온 조카, 니코(나카노 아리사)와 자전거 산책 영상과 자연 동경을 감상할 때 코모레비의 영상을 필름에 담을 때, 자주 흐르는 루 리드의 <Perfect days>와 킹크스의 <Sunny afternoon>의 친근한 팝들이 얼기설기한 매듭처럼 영상 곳곳에 축이 되어 끈끈한 연결고리가 된다.

선술집 여사장 마마(아사카와 마키)가 부른 노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은 일본 버전이며 단조로운 영상미에 사실적 표현력을 쏟아부은 잠식으로 이끈 최면제와 같다. 주제선을 따라가는 기타 반주의 애잔함과 비브라토음이 섞여 동양풍의 고정감을 창출하고 폭발음을 내뿜는 사운드는 상대적으로 히라야마의 아픈 과거를 각인시킨다. 

자신의 청소차로 타카시와 아야를 태우고 갈 때, 패티 스미스의 <Redondo beach>는 일상의 변화를 활기차게 만든 은유로 연속되는 변주와 맞물려 관객에게 조망되어 일종의 만화경적 효과를 준다. 니코가 찾아와 함께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자전거 산책도 할 때 롤링 스톤스의 <(Walkin’ thru the) sleepy city>와 루 리드의 <Perfect day>는 반주의 대조를 첨가한 회화적인 선율로 자연 풍경에 걸맞게 영상에 꽂힌다.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 케이코(아소 유미)의 장면에서 루 리드의 <Perfect day>는 남매지만 만남이 없는 히라야마의 아픈 과거가 냉소적이고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며 작품이 주는 심연의 메시지가 되어 사운드는 전면에 부각되며 시너지를 창출한다.

사운드트랙마다 스타카토식 연주법으로 피아노의 감성 위에 여운을 남긴 기타가 조합되어 다음 영상에 복선으로 작용한다. 출근 길에 카세트테이프로 흐른 곡,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는 기타와 타악기의 기묘한 병렬관계를 형성하여 히라야마의 하루를 서술하고 과거의 궁금증과 미래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극 중에 침투된다.

마마가 부른 노래도 영화의 관전 포인트가 되어 남주의 정체성을 암시한다. 극 중에서 그녀가 부른 애니멀스의 올드팝은 히라야마와 그녀의 교감을 잇는 촉매제가 되어 음악은 구체적 정점을 찍는다. 

엔딩 크레딧의 배경음악이며 하루의 중요성을 되새긴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은 자신을 한결같이 지켜온 히라야마의 감정이 한순간에 분출되어 만감이 교차하며 음악은 반복적으로 현시되어 빔 벤더스 감독과 야쿠쇼 코지의 음악적 캐미가 부각된다.

영화 전반의 사운드트랙(올드팝)은 히라야마의 일상의 사건과 감정선을 유추하며 매일의 온도차를 보인다. 대사 없이 캐릭터가 부각되어 스크린을 꽉 채우고 감독의 영상에 서사시를 쓴 야쿠쇼 코지의 연기가 응집되어 사운드는 60~70년대를 읽는 영혼의 절규가 된다.

“한 사람의 규칙적인 생활 반경이 미적 효과를 주는 것은 매번 달라진다”라고 한 감독의 말처럼 「퍼펙트 데이즈」는 코모레비를 구식 필름에 담는 노년의 행복을 뛰어넘어 음악은 고전적 메리트가 되어 캐릭터의 내면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전설적 매신저가 된다.


출처 : 내외뉴스통신(http://www.nbnnews.co.kr)

https://www.nb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8332 

1 Comments
최고관리자 10.14 22:22  
유명 평론가는 다릅니다.
은유적인 평론체로 글을 쓰기위해서는 많은 용어들을 즐겨 사용해야 하는데,
완전히 평론 전문가답게 글을 잘 씁니다
평론자체가 예술입니다.
    2024년 10월14일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민경훈

태극기 누나_200.jpg

정순영; 작곡가, 영화음악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 명동성당 오르간 반주자 역임

경희음대 강사역임, KBS-FM 국군의 방송 <정다운 가곡> 진행자 역임,

제16회 신춘음악회 작곡부문 출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위촉작품[For Recorder]연주,

서울 예음홀에서 [정순영 작곡발표회] 가짐, KBS-FM 교육방송 주관으로 [정순영 창작 발표회]가짐,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전임강사역임, 한국국제예술원(구)서울종합예술원 작곡과 교수역임, 

한국 예술평론상 수상,음악 춘추사 평론상 수상, 한국국민악회 회장역임, 한국평론가협의회 부회장, 

서울 작곡가 포럼 부회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역임, 동서음악연구회 이사

주요저서: 「민속악과 양악에 관한 비평」, 「가곡 프로젝트」, 「현대음악 후아유」, 

「작곡으로 먹고 살자」,음악 감상과 비평의 이론과 실제-공저」 외 논문집 및 작품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