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기억해야 하는 진정한 음악가의 무대, 작곡가 故 김형주 선생 추모 음악회

  음악평론가 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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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기억해야 하는 진정한 음악가의 무대, 작곡가 故 김형주 선생 추모 음악회

최고관리자 1 5

6월 7일(금)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한국국민악회 제40회 정기 작곡발표회’

한국 음악계를 평정하고 50년 이상의 작곡과 평론계에 궤적을 보여주며 뚜렷한 족적을 남긴 故 김형주 선생의 ‘추모 음악회’가 지난 6월 7일(금)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한국국민악회 제40회 정기 작곡발표회’란 타이틀로 진행되었다.

특히 첫 곡, 김형주의 ‘빗방울’은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김형주 선생의 큰 아드님(김용균)의 무대여서 감구지회가 남다를 것 같다. 톡톡 튀는 빗방울의 울림을 정교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했고 무엇이 일어날 것 같은 유머러스한 매력을 발산하는 느낌이었다. 단순한 분산화음 코드가 나열 이상의 메시지를 주며 후반부에서 하나의 코드로 집결되는 곡의 흐름은 빗방울의 기교적 착상을 잘 끌어낸 연주였다.

전인평의 ‘명상’은 티벳 고승의 만트라 음악이 바탕이 된 곡인데 거문고(전진아)와 타악기(진영란)의 앙상블이 신비스러운 종교적 색채를 발산하고 몇 개의 만트라 멜로디가 순회하듯 명상곡을 만들어간다. 작곡가의 체취가 풍기는 여러 가능성을 시사하는 거문고 선율과 타악기(북, 장고, 종지)의 조합에서 만트라 음악을 향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타악기의 연결점도 좋았고 주제 고유의 특성을 살린 거문고는 티벳과 만트라 선율을 결합해 점묘적인 조형성을 시도했고 만트라 음악이 회전되어 관객에게 상호 이끌림으로 전달된 시간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음악

홍권옥의 ‘신 한강수 타령’은 바리톤(박경종)과 피아노(김민정)의 상호호흡이 조화를 이루며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는 풍경을 국악적이고 현대적 어법을 곁들인 타령인데 노래는 화폭 안에서 힘찬 붓터치를 하듯 풍부한 가창력과 이를 휘감는 피아노가 공간적 이미지를 전송하며 관객과 일치감을 이룬다.

정순영의 ‘흐르는 세월’은 앞날이 불투명한 세월의 무상함을 관점으로 과거에서 현재의 시간으로 끌어내는 곡인데 테너(유태왕)는 곡 초반에 퍼포먼스로 출발하여 풍부한 가창력과 격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곡의 애잔함을 도출하는 데 예술적 역량을 보였고 특히 반복된 타령조와 레시타티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피아노(강지혜)는 성악을 휘감으며 시간적 동시성을 유지했고 입체감 있는 음향성을 유지한다.

심진섭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단조’는 총 3악장으로 된 소나타 곡이며 바이올린(김정수)과 피아노(이나현)가 호흡을 맞춘 연주였다. 1악장은 활발하면서 주선율이 변형되고 확대되는데 경쾌한 춤 리듬같이 화려한 음계선이 소용돌이치며 절정에 치닫는데 선율적 연관성이 섬세하게 표현되고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성격적으로 묘사되었다. 3악장은 농악대의 흥겨움이 연상되고 굴곡 있는 선율적 변화에서 쾌활한 분위기를 담았고 분산화음과 코드의 울림이 진행될 때 극적 반전이 되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재신 ‘고향’은 김형주의 시로 된 가곡인데 오랜 기간에 걸쳐 김형주 선생과 끈끈한 인연을 생각하며 작곡한 곡이다. 피아노(김윤경) 전주의 잔잔함이 암시하듯 애련한 마음을 담아 테너(김은교)는 음이 충분히 지속될 때 힘 있는 가창력으로 호소력 있는 가사를 전달했다. 피아노는 템포를 늦추다가 안정된 속도를 유지하며 노래 가사에 빠르게 스며든다. 서정적이며 절절한 그리움을 그린 작곡가의 의도가 면면히 전달되었다.

국민의 정서와 혼이 깃든 단체가 되기를

김미옥의 ‘아리랑 소울’은 바이올린(김정수)과 피아노(이나현)의 앙상블 무대이며 아리랑 민요 선율을 변형 발전시킨 곡의 다양한 전개가 동력적으로 전개되었고 반복 코드와 독립성 있는 성부의 흐름은 템포 변화에 유동적이며 피아노와의 조화가 균형적이다. 아리랑 고유의 아름다움을 내뿜고 후반부에서 피아노는 경쾌한 리듬과 속도 변화에 밀착되어 바이올린과 절제된 감정 표현을 유지했다.

문성모의 ‘한반도 아리랑’은 남북의 통일을 염원하면서 여러 민요 선율에 바탕을 두고 피날레에 아리랑 선율을 둔 곡이다. 테너 (김은교)와 피아노(김윤경)가 탄탄한 호흡을 유지하여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평화, 금수강산, 백두 한라 등 민족의 소망을 그린 가사에서 무거운 악센트가 붙은 코드에서 노래는 다이내믹을 적용하고 곡에 흥미로운 변화를 주며 피아노는 양손이 대화하듯 주고받으며 흡수된다. 가사에서 윗소리를 살려야 되는 난해함을 잘 극복했고 피아노는 노래에 보충 역할을 하며 곡의 절정에 도달한다.

피날레 곡, 김형주의 ‘첫 치마’는 김소월의 시에 토속성이 내재된 가곡인데 한국의 장단을 차용하여 소프라노의 정수를 다룬 곡으로 주목된다. 소프라노(석현수)와 피아노(김용균)의 협연 무대이며 한국 장단과 소프라노의 고음이 반복되어 능숙한 기량이 요구된다. 특히 성악은 가사의 뜻을 한층 더하기 위해 창의적인 뉘앙스와 억양을 구사하여 노래의 내용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파고든 피아노와 매치되어 신선한 충격을 준다.

수많은 작품과 평론집을 집대성하기까지 김형주 선생은 한국 음악계를 염려하고 음악 발전에 헌신과 투혼했으며 음악회장을 다녀와야 잠이 온다는 그는 이 시대가 기억해야 하는 진정한 ‘음악회장의 파수꾼’이다. 이번 김형주 선생의 추모 음악회 시간을 보내며 ‘한국국민악회’에 대한 그분의 숙원과 본 단체의 취지가 접목되어 앞으로 한국 국민의 정서와 혼이 깃든 세계적인 음악 창작 단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評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원문기사: 월간리뷰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artireview&logNo=223502121368&proxyReferer=&noTrackingCode=true

1 Comments
최고관리자 10.19 22:10  
정순영 평론가님!
평론 잘 읽었습니다

연주회 핵심을 잘 표현하였고 각곡의
연주 비평도 정곡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김형주 선생님의 후계자로서 많은
활동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음악평론가협회 회장 전인평

 

정순영; 작곡가, 영화음악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 명동성당 오르간 반주자 역임

경희음대 강사역임, KBS-FM 국군의 방송 <정다운 가곡> 진행자 역임,

제16회 신춘음악회 작곡부문 출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위촉작품[For Recorder]연주,

서울 예음홀에서 [정순영 작곡발표회] 가짐, KBS-FM 교육방송 주관으로 [정순영 창작 발표회]가짐,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전임강사역임, 한국국제예술원(구)서울종합예술원 작곡과 교수역임, 

한국 예술평론상 수상,음악 춘추사 평론상 수상, 한국국민악회 회장역임, 한국평론가협의회 부회장, 

서울 작곡가 포럼 부회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역임, 동서음악연구회 이사

주요저서: 「민속악과 양악에 관한 비평」, 「가곡 프로젝트」, 「현대음악 후아유」, 

「작곡으로 먹고 살자」,음악 감상과 비평의 이론과 실제-공저」 외 논문집 및 작품집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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